―나의 창작의 산실
모더니티의 탐색
(한맥문학 통권 360호 2020.08.25. 원본)
朱根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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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 “한국시 변동과정의 모더니티에 관한 기호학적 연구”를 유성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한 연구실에서 완성했다. 10대부터 참으로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궁리하며 참고 또 견디며 기다리다가 맞이하게 된 이 최후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본고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은 문학 연구도 어차피 과학이라면, 과학적 불연속성을 부각시켰던 토머스 쿤의 그 패러다임의 패러다임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필연성과 우연성의 “zero-sum game”에 중독되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메워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문학작품 속에는 오성의 범주를 초월하는 그 무엇이 곧 이성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성 그 자체인 이율배반의 세계를 부정하지 못한다. 이 초월의 문제에 부딪혀 마침내 나는 과학의 상위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따지고 든다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최상위의 인식론적 어휘장을, 다시 말해서 경험론과 합리론의 결합체적 차원이면서도 하나의 패러다임임을, 칸트의 비판론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 비판론을 비판하며, 신은 객관으로서의 물자체가 아니라 타자와 대자가 변증법적 운동을 하는 가운데 상호 인정하는 순간에 강림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절대지라는 것이 헤겔의 주장이다. 이 절대지를 하바마스는 모더니티라고 언급한다. 본고의 논지는 이 이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밝히는 바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의 안에 깊이 숨어있는 이 이성의 세계를 포착해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작품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다양한 이론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다양한 이론들, 다시 말해서 하이데거, 데리다, 그리고 루카치, 바흐찐 등의 이론들도 실은 비판론과 정신현상학의 오성 또는 범주를 해체하거나 이들을 상호 인정하는 차이의 정도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롤랑 바르트와 그레마스의 기호학을 연구 방법론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이들의 기호학은 진리의 의미나 진리의 기준을 제시하는 학문이라기보다 이것 특히 은거하고 있는 자유의지로서의 모더니티를 탐색하는 도구로서 적합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철학과 방법론을 원기로 삼아 한국시의 변동과정부터 상징주의 내지는 자유시론이 들어오기까지의 시론과 시를 재어보고 달아본 결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한국문학에 번역·창작 찬송가(1894)를 수용하고, 신체시의 기점이 拔刀隊(ばっとうたい)를 모방한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가 아니라 이승만의 영시 형식 “short metre”를 모방한 “고목가(1898)”가 만들진 시기로 앞당겨져야 한다는 것을 비롯하여 자유시가 현대시라고 하는 통설 내지는 정설이 수정됨과 동시에 정형시 또한 현대시가 될 수 있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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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론을 토대로 한 나의 미니멀리즘(後素詩學)의 시는, 그 시원으로 『학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석상·소녀·노을”(우수작, 박두진 선. 학원 8월호, 1961)이 게재되어 그 뿌리가 내려졌고, 그 후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문예창작과) 문예 콩쿠르에서, ‘온실’이 당선 1석(1962)이 되어 더 깊게 자리를 잡았다. 내 창작의 산실은 바로 이런 곳이었다.
참고문헌
한국 현대시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의 빛나는 성과_장수익